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종로

수업 자료 사러 부랴부랴 문 닫기 전에 교보 들러서 정신 없이 책이랑 이것 저것 사서 나오니 하늘은 진한 남색이고 바람은 서늘하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.

문득 내가 참 좋아하던 종로인데, 서점인데, 조계사인데.

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이 곳에 학원 다니러, 강의하러, 강의 자료 사러, 강의 가는 길에 잠시 환승하러 들렀을 뿐이라는 것이 상기됐다.

그나마 가끔 따로 시간을 내어 들렀던 마카롱집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. 즐겨 찾던 베트남 쌀국수 집은 주인이 바뀌어 맛이 형편없어졌다.

문득 나 참 낭만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. 일에 미쳐서 그냥 일만 하고 취미 생활만 하느라 쓸 시간이 없었다. 매일 잠이 부족해 눈 밑이 검고 시간이 나면 쪽잠을 자기 바빴다. 돌아 보니 참 많이 그렇게 삭막하고 낭만 없이 살아 왔고, 그게 참 오래도 되어서, 가만히 훑어보니 막막하기만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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